현재 위치
  1. 게시판
  2. 매거진

햇살과 물 한잔

게시판 상세

보선 @UNDERSTAIM

그리고 쓰는 사람. 어두운 마음 안에서 작은 빛을 찾아 그려내길 좋아한다. 타자의 고통에 아픔을 느끼며 더 많은 존재가 덜 고통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건을 지향하고 있다. 적당히 적적함의 멋을 담은 『적적한 공룡 만화』와 타인의 삶을 탐구한 에세이집 『평범을 헤매다 별에게로』를 짓기도 했다.







햇살과 물 한잔
책상 앞에 앉았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하얗게 방을 채우고, 미지근한 물 한 잔이 모니터 옆에 놓여있다. 그 앞에서 나는 월요일을 깨운다. 일주일의 첫날이자 하루의 출발점인 월요일 아침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주의 컨디션이 좌우되곤 한다. 사람은 관성에 취약한 동물이라 한번 늘어지면 두 번 세 번 늘어지는 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하자니 나의 의지가 따라주지 않는다. 최근에 나는 나처럼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사람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상 루틴을 추가했다. 햇살과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잠에서 깬 직후 정신이 맑은 사람은 드물다. ‘정신력과 집중력과 활력이 최대치로 올라라, 얍!’ 의지로 이 탁한 정신을 맑게 할 수 있을까?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본다. 의지만으로 정신을 조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크다. 우리가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존재였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괴롭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슬픈 일도 1초 만에 잊고 신나게 지낼 것이다. 우리가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바로 몸이다. 정신 관리는 기본적으로 몸으로 하는 것이다.

앞서 밝힌 루틴을 더 이야기하자면, 아침에 눈 뜨면 애써 열정을 태우려 하지 않고 이부자리도 대충 정돈하고 일어나, 방 창문의 블라인드를 끝까지 위로 올린다. 맑은 날엔 파란 하늘이 구름 낀 날엔 하얀 하늘이 네모난 창을 채운다. 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넋을 놓는다. 햇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몸이 햇살을 머금도록 내버려 둔다. 지구가 시속 1,660km로 자전하여 맞는 값진 태양이니 야무지게 섭취하자. 익히 알려졌다시피 낮에 햇볕을 쬐면 멜라토닌 생성을 도와 잠을 깊이 자게 하고 숙면은 우리의 면역력을 높인다. 집을 밝힌 후엔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다. 잠을 자는 동안 체내 수분이 크게 손실되어 아침엔 혈액이 끈끈해진다고 한다. 물이 몸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정신이 기지개를 켜도록 도울 것이다.

이 두 가지 루틴을 끝냈으면 새로운 한 주를 싱싱 달릴 준비는 마친 셈이다. 이제 산뜻함이 날아가기 전 중요한 일과를 지체 없이 시작한다. 햇살과 물이 준비된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동그란 버튼을 누르며 컴퓨터 전원을 켠다. 똑딱. Monday START!

게시글 신고하기

신고사유

신고해주신 내용은 쇼핑몰 운영자의 검토 후 내부 운영 정책에 의해 처리가 진행됩니다.

비밀번호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취소 수정

0 / 200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